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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재중과 아픈 여고생‥메리 크리스마스
[뉴시스] 2008년 12월 24일(수) 오후 01:57 가 가
|이메일|프린트【서울=뉴시스】※엔터테인먼트 홍보대행사 대표 겸 드라마제작사 이사인 40대 여성 이주현씨가 아래와 같은 사연을 전해왔습니다. 그룹 ‘동방신기’ 멤버 영웅재중(22), 병마와 싸우고 있는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12월 22일 오후 5시. 겨울 하늘은 흐렸고 경기가 안 좋다는 얘기처럼 거린에서는 연말의 북적거림을 느낄 수 없었다. 다른 업종도 그렇겠지만 엔터테인먼트산업에 종사하는 나는 연말에 특히 모임이 많다. 연예인들도 각종 행사, 시상식, 콘서트 등 가장 바쁜 계절이다.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이끄는 역군들다운 엔터테이너적 기질인지도 모르겠다.
이 업계종사자들의 특성상 어떤 상황에도 음주가무와 모임은 중요시 되는데 연말모임을 쉴 리 없다. 나는 연일 술자리에 이은 늦은 귀가로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오늘도 참석해야 하는 저녁모임이 체력적으로 부담이 됐던 차에 마침 그쪽도 몸살이라며 만남을 미루자고 전화가 왔다.
12월 들어 처음 집에서 저녁을 먹는 날이 되겠네 생각하는데 다른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분당 차병원이란다. 놀라서 다쳤냐고 물으니 같은 회사직원 여동생이 갑자기 바이러스에 의한 뇌 감염으로 불치라는 통보를 받아 중환자실에 문병을 왔다고 했다. 열일곱살 여고 1년생인데 지난 토요일 밤을 못 넘길 것이라고 들었을 정도로 위급한 상황을 가까스로 견디고 있다고 했다.
그 여학생이 영웅재중을 좋아하는데 방법이 없겠냐는 거였다. 이 업계에 일을 하면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이런 유의 부탁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단순히 우리 애가 좋아하니 사인을 받아달라는 비교적 수월한 부탁부터 얼굴 한 번 보게 해달라, 자신들 행사에 오게 해달라, 잡지 촬영이나 출연 섭외 등 종류도 다양하다.
만인의 연인인 스타가 갖는 여러 가지 효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수십가지 청탁을 한다. 하다못해 스타를 주말예배에 보내달라는 개척교회 목사의 민원도 있다. 그 모든 공적, 사적인 부탁을 다 들으려면 스타의 스케줄과 체력은 엉망이 된다. 소속사에게도 난감한 일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좋은 일에 참석해달란 의도는 십분 이해하지만 스타들도 하루가 24시간뿐이다. 동방신기는 지금 우리나라 스타 중에서도 제일 뜨거운 반응을 받고 있는 톱스타들이다. 국내 시장을 평정하고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다.
동방신기는 내가 일을 같이 하는 회사 소속 연예인도 아니다. 개인적 친분도 전혀 없다. 내 부탁을 전달해도 이뤄질는지 알 수 없으며 많은 단계를 거쳐야 전달된다. 크리스마스를 코앞에 두고 벌써 세상을 떠나야 하는 소녀와 소녀를 보내야하는 가족들…. 그들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빠른 효과를 거둬 영웅재중과의 추억을 남길 것인가 고민을 했다.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 상황이라 시간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느껴졌다.
담당 연예기자에게 말해 사연을 전했다. 크리스마스 미담이 될 테니 스타의 이미지를 높이는 차원으로 소속사에 말해 단독보도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기자나 스타 모두 서로 좋은 점이 있으니 빨리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내 얄팍한 속셈이 들어있었다. 기자가 전화를 받지 않자 약간 맘이 급해졌다. 조금 후 문자메시지가 왔다. ‘영화 시사회 중인데 급한 일 있으세요?’
문자로 상황을 설명하자 ‘어? 홍백가합전 출연 때문에 일본에 있을 텐데 소속사 홍보실에 물어볼게요’ 란 답이 왔다. 일본에 있다네요 하기에 어쩌죠? 전화를 해 줄 수 있을까요? 했더니 연락번호를 달란다. 시간이 없다니까 오늘 밤 소녀에게 영웅재중군의 전화가 갈 거란다. 난 영화시사회 도중에 40통쯤의 문자를 하고 있는 그 기자한테 너무 미안해서 기사가 되려면 뭘 준비할까요 했더니 소속사의 홍보실이랑 기사화는 하지말자고 했어요란 메시지가 왔다.
아, 고맙다…, 잘 됐구나… 하고 허리를 펴니 시간은 꽤 흐른 것 같았다. 시사회가 끝나고 홍대에 왔다면서 그 기자한테 전화가 왔다. 지금 눈오고 있는데 보셨냐고. 하늘을 보니 벌써 어둠이 내리고 하늘엔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 시간 이후에도 펑펑 쏟아지는 눈 속에 우리들의 전화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내가 전달한 전화번호가 틀렸단다. 다른 사람이 받았다고 한다고 기자한테 전화가 와서 다시 지인에게 전화를 했다.
나와 기자, 홍보실, 일본의 동방신기 매니저, 영웅재중군 등이 서로 숱한 통화 끝에 영웅재중의 전화를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중환자실에서 통화를 할 수 없어 가족들이 영웅재중군과 통화를 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녹음해 환자에게 들려줬다고 했다.
눈도 아름답고 주변 모두가 아름답게 보이는 밤이었다. 그리고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은 이 시간까지도 그 소녀는 아직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우리와 함께 한다는 흐뭇한 얘기를 전해 들었다. 오늘까지 꿋꿋이 병마와 싸워준 분당 영덕여고 1학년 이지원양과 멀리 일본에서 멋진 활동을 하고 있는 동방신기 영웅재중군에게 크리스마스 인사를 건네고 싶다. 메리 크리스마스!
유상우(기자)
12월 22일 오후 5시. 겨울 하늘은 흐렸고 경기가 안 좋다는 얘기처럼 거린에서는 연말의 북적거림을 느낄 수 없었다. 다른 업종도 그렇겠지만 엔터테인먼트산업에 종사하는 나는 연말에 특히 모임이 많다. 연예인들도 각종 행사, 시상식, 콘서트 등 가장 바쁜 계절이다.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이끄는 역군들다운 엔터테이너적 기질인지도 모르겠다.
이 업계종사자들의 특성상 어떤 상황에도 음주가무와 모임은 중요시 되는데 연말모임을 쉴 리 없다. 나는 연일 술자리에 이은 늦은 귀가로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오늘도 참석해야 하는 저녁모임이 체력적으로 부담이 됐던 차에 마침 그쪽도 몸살이라며 만남을 미루자고 전화가 왔다.
12월 들어 처음 집에서 저녁을 먹는 날이 되겠네 생각하는데 다른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분당 차병원이란다. 놀라서 다쳤냐고 물으니 같은 회사직원 여동생이 갑자기 바이러스에 의한 뇌 감염으로 불치라는 통보를 받아 중환자실에 문병을 왔다고 했다. 열일곱살 여고 1년생인데 지난 토요일 밤을 못 넘길 것이라고 들었을 정도로 위급한 상황을 가까스로 견디고 있다고 했다.
그 여학생이 영웅재중을 좋아하는데 방법이 없겠냐는 거였다. 이 업계에 일을 하면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이런 유의 부탁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단순히 우리 애가 좋아하니 사인을 받아달라는 비교적 수월한 부탁부터 얼굴 한 번 보게 해달라, 자신들 행사에 오게 해달라, 잡지 촬영이나 출연 섭외 등 종류도 다양하다.
만인의 연인인 스타가 갖는 여러 가지 효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수십가지 청탁을 한다. 하다못해 스타를 주말예배에 보내달라는 개척교회 목사의 민원도 있다. 그 모든 공적, 사적인 부탁을 다 들으려면 스타의 스케줄과 체력은 엉망이 된다. 소속사에게도 난감한 일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좋은 일에 참석해달란 의도는 십분 이해하지만 스타들도 하루가 24시간뿐이다. 동방신기는 지금 우리나라 스타 중에서도 제일 뜨거운 반응을 받고 있는 톱스타들이다. 국내 시장을 평정하고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다.
동방신기는 내가 일을 같이 하는 회사 소속 연예인도 아니다. 개인적 친분도 전혀 없다. 내 부탁을 전달해도 이뤄질는지 알 수 없으며 많은 단계를 거쳐야 전달된다. 크리스마스를 코앞에 두고 벌써 세상을 떠나야 하는 소녀와 소녀를 보내야하는 가족들…. 그들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빠른 효과를 거둬 영웅재중과의 추억을 남길 것인가 고민을 했다.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 상황이라 시간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느껴졌다.
담당 연예기자에게 말해 사연을 전했다. 크리스마스 미담이 될 테니 스타의 이미지를 높이는 차원으로 소속사에 말해 단독보도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기자나 스타 모두 서로 좋은 점이 있으니 빨리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내 얄팍한 속셈이 들어있었다. 기자가 전화를 받지 않자 약간 맘이 급해졌다. 조금 후 문자메시지가 왔다. ‘영화 시사회 중인데 급한 일 있으세요?’
문자로 상황을 설명하자 ‘어? 홍백가합전 출연 때문에 일본에 있을 텐데 소속사 홍보실에 물어볼게요’ 란 답이 왔다. 일본에 있다네요 하기에 어쩌죠? 전화를 해 줄 수 있을까요? 했더니 연락번호를 달란다. 시간이 없다니까 오늘 밤 소녀에게 영웅재중군의 전화가 갈 거란다. 난 영화시사회 도중에 40통쯤의 문자를 하고 있는 그 기자한테 너무 미안해서 기사가 되려면 뭘 준비할까요 했더니 소속사의 홍보실이랑 기사화는 하지말자고 했어요란 메시지가 왔다.
아, 고맙다…, 잘 됐구나… 하고 허리를 펴니 시간은 꽤 흐른 것 같았다. 시사회가 끝나고 홍대에 왔다면서 그 기자한테 전화가 왔다. 지금 눈오고 있는데 보셨냐고. 하늘을 보니 벌써 어둠이 내리고 하늘엔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 시간 이후에도 펑펑 쏟아지는 눈 속에 우리들의 전화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내가 전달한 전화번호가 틀렸단다. 다른 사람이 받았다고 한다고 기자한테 전화가 와서 다시 지인에게 전화를 했다.
나와 기자, 홍보실, 일본의 동방신기 매니저, 영웅재중군 등이 서로 숱한 통화 끝에 영웅재중의 전화를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중환자실에서 통화를 할 수 없어 가족들이 영웅재중군과 통화를 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녹음해 환자에게 들려줬다고 했다.
눈도 아름답고 주변 모두가 아름답게 보이는 밤이었다. 그리고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은 이 시간까지도 그 소녀는 아직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우리와 함께 한다는 흐뭇한 얘기를 전해 들었다. 오늘까지 꿋꿋이 병마와 싸워준 분당 영덕여고 1학년 이지원양과 멀리 일본에서 멋진 활동을 하고 있는 동방신기 영웅재중군에게 크리스마스 인사를 건네고 싶다. 메리 크리스마스!
유상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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